술은 문화의 총화이자 역사의 축적물이다. 한 지역에서 수백-수천년간 내려온 술은 한 민족의 삶과 생활습관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추운 날씨탓에 곡식을 오래 저장하기 어려웠던 러시아에선 몸을 따뜻하게 달궈주는 증류주 보드카가 발달했다. 더운 티그리스, 유프라
테스강 유역에선 기원전 4000년께부터 빵을 이용해 맥주을 만들었다.
6000년 역사의 중국은 넓은 영토와 다양한 기후답게 황주, 과일주, 약주 등 여러 종류의 술이 발달했다. 일찍이 송나라 시절부터 포도
주와 맥주를 즐겼다는 설도 있다. 중국에선 5000여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주종 중에서도 바이주(곡물로 밑술을 빚거나 발효해 만든
중국 전통 증률주)를 최고로 꼽는다.
여러 곡물을 섞어 수십가지 맛을 내는 것이 '화'의 정수를 담았단 평가부터, 문화 용광로인 중국의 모습을 빼닮았다는 설명도 있다.
한국에서 "빼갈"이나 '고량주'라고 부르기도 하는 술이다. 이중에서도 '홍군의 술'로 불리는 마오타이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사랑
한 우량예, 그리고 원나라 시절의 주조법을 계승한 수정방을 3대 명주로 친다.
5000여 종의 주종에서 바이주가 으뜸.
세가지 술은 각각의 특색이 있어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단 맛과 감칠 맛에선 마오타이가, 혀 끝의 담백함에선 유량예가, 진한 향과
깊은 맛에서는 수정방이 앞선다.
이 가운데 수정방은 산뜻한 맛이 최근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져 바이주 애호가 사이에서 호감도가 급상승 중이다. 뱃속을 울릴 정도로
맛이 진하고 높은 알코올 도수가 몸을 따뜻하게 해줘 매운 중국 요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 요즘 전국적인 중식 열풍도 수정방의 인기를
끈다.
중국 후한 시대 유비가 촉한의 수도로 세운 청두는 중국 제일의 바이주 생산지다. 습도가 높고 365일 중 300일이 흐리고 눅눅한 날씨
가 효모의 번식을 돕는다. 물이 깨끗하고 영양분이 많아 맑고 질좋은 술을 얻을 수 있다.
이 지역물은 당나라 시인인 설도가 황실에 진상하던 색종이를 만들 때 쓰인것으로도 유명하다. 쓰촨에서 바이주를 만들기 좋은 환경덕
에 수정방, 우량예 등 수많은 명주가 탄생했다.
바이주는 향과 숙성도, 배합 등에 따라 크게 농향, 장향, 미향 등으로 나뉜다.
농향은 곡물의 단 향이 강한 술이고, 장향은 누룩의 향이 짙은 술이다. 청향은 담백하고 맑은 미향은 쌀의 향이 진한 술이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80%의 바이주가 농향과 장향이다. 수정방은 대표적인 농향의 술이고, 마오타이는 장향의 대표 선수다.